Dia Beacon(디아 비컨)의 계단을 내려가 지하로 향하면, 굵은 콘크리트 기둥이 안쪽까지 늘어선 약 2,800제곱미터의 넓은 공간이 나옵니다. 이 층은 방문 당시 한 작가의 전시만을 위해 쓰이고 있었습니다.
전시되고 있는 것은 타이완 출신 작가 Tehching Hsieh(謝德慶)의 「Lifeworks 1978–1999」입니다. 2025년 10월 4일에 시작되었고, 2년 정도 이어질 예정인 장기 전시입니다.

Tehching Hsieh(謝德慶)
Tehching Hsieh는 1950년 12월 31일 타이완 남부 핑둥현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병역을 마친 1973년에 타이베이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같은 해에는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양쪽 발목이 골절된 《Jump Piece》라는 작품도 발표했습니다.
1974년, 유조선 선원으로 미국에 건너가 필라델피아 인근에서 배를 내려 뉴욕으로 향합니다. 그로부터 1988년에 사면을 받기까지 14년 동안 불법 체류자로 살았습니다.
타이완 미술 매체 「典藏ARTouch」의 개막 리포트에 따르면, 작가는 개막일 토크에서 당시 소호의 중국 음식점에서 일하며 문을 닫은 뒤 바닥을 쓸고 그대로 가게에서 잤다고 말했습니다. 4년 동안 생각을 거듭한 끝에 첫 작품 제작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2009년에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우리 작품이 전시되었고, 201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는 타이완관에서 개인전 「Doing Time」이 열렸습니다. 현재는 브루클린에 살고 있습니다.
전시 작품
전시되고 있는 것은 1978년부터 1999년에 걸쳐 제작된 여섯 점의 작품입니다. 우리 안에서 사는 1년, 한 시간마다 타임카드를 찍는 1년, 실내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지내는 1년, 밧줄로 이어진 채 보내는 1년, 예술과 관계를 끊는 1년. 이들 작품은 「One Year Performance」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작품을 공개하지 않는 「13년 계획」이라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2024년, 이 여섯 점을 포함한 열한 점을 Dia에 기증했습니다. 다섯 편의 「One Year Performance」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작가에게도 첫 회고전이 됩니다.
Dia의 해설에서는 「1년이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이라는 작가의 말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전시 모형
어두운 방에 길고 흰 대가 놓여 있습니다. 작가가 10년 가까이 구상해 온, 이 전시 자체의 건축 모형입니다.

나무 틀로 구획된 각 방에는 작품의 일수와 「ART TIME」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방과 방 사이에 적힌 것은 다음 작품이 시작되기까지의 일수와 「LIFE TIME」이라는 글자입니다. 1작과 2작 사이는 193일, 2작과 3작 사이는 167일이었습니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넓은 공간은 13년 동안 작품을 공개하지 않은 세월을 나타내는 전시실입니다.
실제 전시실도 이 모형 그대로 짜여 있습니다. 작품마다 같은 넓이의 방이 마련되고, 방과 방을 잇는 통로가 「생활의 시간」에 해당합니다. 찾아온 사람은 작가의 21년을 차례로 따라가며 걷게 됩니다.
모든 작품은 한 장의 스테이트먼트에서 시작된다
첫 작품은 1978년 9월 30일에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작가명으로 「Sam Hsieh」를 쓰고 있었습니다. 타자기로 친 「STATEMENT」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나 Sam Hsieh는 1978년 9월 30일부터 1년간의 퍼포먼스를 행한다. 11피트 6인치×9피트×8피트의 독방에 혼자 나를 가둔다. 1979년 9월 29일에 나올 때까지 사람과 말하지 않고,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고, 라디오를 듣지 않고, 텔레비전도 보지 않는다. 식사는 매일 한다.」

식사를 넣어 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친구 Cheng Wei Kuong(程偉光)이 맡았습니다. 서명 아래에 적힌 주소는 맨해튼 허드슨 스트리트 111번지 2층. 당시 작가의 스튜디오입니다.
【1】Cage Piece – 우리 안에서 보낸 1년
전시실에는 소나무 격자로 짠 우리가 놓여 있습니다. 안에는 침대와 세면대가 있고, 작가는 이 안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우리에 들어갈 때는 변호사 로버트 프로잰스키가 입회해, 우리의 모든 이음매에 서명이 들어간 종이 봉인을 붙였습니다. 1년 뒤 봉인이 하나도 뜯기지 않았음을 확인한 증명서도 액자에 넣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이 1년을 돌아봅니다. 석 달쯤 지나자 머릿속에서 되새길 수 있는 것이 거의 바닥났다고 합니다.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는 감각을 지키기 위해 벽에 금을 새겨 나갔다고 합니다.
1년이 끝나고도 바깥의 넓이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해 평형 감각을 잃었다고 합니다. 살 곳이 준비될 때까지 문을 열어 둔 우리 안에서 한 달을 더 지냈습니다.
【2】Time Clock Piece – 한 시간마다 타임카드를 찍다
두 번째 작품은 1980년 4월 11일부터 1년 동안입니다. 매시 정각, 즉 하루 스물네 번 벽의 타임리코더에 카드를 넣고, 그때마다 자기 모습을 한 장씩 촬영했습니다.

1년 동안 찍어야 할 타임카드는 8,760회였고, 그중 놓친 것은 133회였습니다. 타임카드에는 한 장씩 입회인의 서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1년 치 사진을 이으면 6분 55초의 영상이 됩니다. 촬영을 시작할 때 머리를 밀었기 때문에, 머리가 자라는 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3】Outdoor Piece – 1년을 실외에서 보내다
1981년 9월 26일에 시작된 세 번째 작품은 1년을 실외에서 보내는 작품입니다. 건물에도, 지하철이나 기차·자동차·비행기·배에도 들어가지 않고, 동굴이나 텐트에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규칙이었습니다.

밖에서 1년을 보낼 거라면 그동안 영어라도 배워 보면 어떻겠냐고 친구가 권했을 때, 작가는 「배우고 싶지 않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비바람이나 추위도 그렇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벽 한 면에는 그날 걸은 경로를 그려 넣은 맨해튼 지도가 늘어서 있습니다. 눈 속에서 짐을 지고 걷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기간 중 작가는 한 차례 경찰에 구금되었습니다. 그래도 판사가 실외에 머무는 것을 인정해 주어 작품이 끊기지는 않았습니다. 유리 케이스 안에는 작가가 쓰던 침낭과 「I ♥ NY」 가방, 그리고 체포 기록과 지문 카드도 놓여 있습니다.

【4】Rope Piece – 밧줄로 이어진 두 사람의 1년
네 번째 작품은 1983년 7월 4일 오후 6시에 시작되었습니다. 작가 린다 몬타노와 둘이서 허리를 약 2.4미터의 밧줄로 이은 채 1년을 보내는 작품입니다.
서약서에 적힌 규칙은 네 가지입니다. 1년 동안 함께 있으며 결코 혼자가 되지 않을 것. 실내에서는 같은 방에 있을 것. 밧줄로 이어져 있을 것. 그리고 1년 동안 서로를 결코 만지지 않을 것.


전시장에는 실제로 사용된 밧줄과 매일 촬영된 두 사람의 사진, 봉인된 채로 있는 카세트테이프가 놓여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우리는 서로에게 우리(cage)가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개막일 토크에는 41년 만에 몬타노도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5】No Art Piece – 예술을 하지 않는 1년
다섯 번째 작품은 1985년 7월 1일에 시작되었습니다. 예술을 만들지 않고, 예술에 대해 말하지 않고, 예술을 보지 않고, 예술에 관한 것도 읽지 않고, 갤러리나 미술관에도 가지 않는다. 예술에서 떨어져 그저 생활을 이어 가는 1년이었습니다.
이 방에 놓여 있는 것은 포스터와 서약서뿐입니다. 포스터의 사진 부분은 검게 칠해져 있습니다. 입구의 모형에서도 이 1년의 틀에는 「ART TIME」과 「LIFE TIME」이 나란히 적혀 있었습니다.

【6】Thirteen Year Plan – 13년 동안 작품을 공개하지 않다
마지막 작품은 서른여섯 번째 생일인 1986년 12월 31일에 시작해, 마흔아홉 번째 생일인 1999년 12월 31일까지 이어졌습니다.
검은 종이에 흰 글씨로 친 서약서에는 「이 기간 동안 나는 예술을 만들지만 그것을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방은 지하의 거의 끝에서 끝까지 이어지지만, 여기에도 포스터와 서약서밖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13년 뒤에 만들어진 포스터에는 오려 낸 글자로 「I KEPT MYSELF ALIVE. I PASSED THE DEC 31, 1999.」가 붙어 있었습니다. 「나는 살아남았다. 1999년 12월 31일을 넘었다」라는 뜻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빙산에 비유합니다. 발표한 작품은 물 위로 보이는 부분에 지나지 않고, 예술을 하지 않는 1년과 공개하지 않는 13년은 수면 아래에 있으면서도 똑같이 작품 전체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2000년 이후 작가는 작품 제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의 예술은 doing time」
2025년 인터뷰에서 작가는 「Dia에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은 거의 전부 불법 체류하던 시기에 만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예술은 doing time이다」라고도 했습니다. 영어의 doing time에는 시간을 보낸다는 뜻과 형기를 산다는 뜻이 있습니다. 작가는 뉴욕을 「가장 좋은 우리」라고 불렀습니다.
기획을 맡은 움베르토 모로는, 누구나 자신을 발신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금세 옮겨 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물러나 모습을 감추는 Tehching Hsieh의 태도가 가장 강하게 울린다고 말합니다.
작가 본인에 따르면 지하의 전시를 한 번 둘러보는 데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지상의 전시를 다 보고 내려오신다면 시간을 넉넉히 남겨 두시기를 권합니다. 미술관 건물과 지상층의 전시는 별도의 기사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 【포토 리포트】Dia Beacon(디아 비컨) 2026|뉴욕주 비컨
글・사진: art on 편집부